2007 F/W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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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F/W Seoul 서울 패션위크 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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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F/W Seoul본 (BON)

    전 좌석에는 실험관에 들어 있는 ‘Bon Future Lab.’사의 캡슐 알약이 놓여있었다. 쇼장에는 이런 음악도 흘렀다. “참 어렵지. 사는 것. 내 뜻대로 원하며 사는 것. (중략) 누가 나를 꺾는가. 누구의 힘으로 내 목을 꺾는가.” 그리고 무대가 어두워지더니 드디어 이 알약의 혁신적인 효능을 공개했다. “Bon 미래 연구소에서 개발한 S-Capsule은 열정의 끈을 회복시킨다. 당신의 끈은?” 그리고 쇼가 시작되기 전 ‘안녕, 베스파’라는 단막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며, 디자이너는 관객들을 향해 모두의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첫 출근을 앞둔 주인공이 포기한 것들은 락 밴드, 기타, 애정결핍의 여자친구, 그리고 오토바이 베스파. 그러나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어떤 끈. 그리고 결론은 이것. “이 끈을 놓으면 내가 의미 없어져. 그래서 안간힘을 대해 이 끈을 붙잡고 있는 거야.” 하얀색 스크린이 아래로 뚝 떨어지자, 세 개의 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 문에서 동시에 세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소년, 청년, 그리고 노인. 어쩌면 이들은 셋 일 수도 있고, 동일한 한 인물이 거치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세계일 수도 있다. 차례차례 그 세계를 거치면 남들은 ‘철이 들었다’고도 하고 ‘성장했다’고도 한다. 예를 들면, 소년은 네이비색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다면 청년은 같은 디자인, 같은 컬러이지만 PVC 소재로 만들어진 펑키한 코트로 멋을 부린다. 노인이 되면서는 고급스러운 울 코트를 점잖게 빼 입는다. 언제 PVC를 입었냐는 듯, 고상하게! “연령에 따라서 소재가 달라지죠. 가령 소년은 저지 소재의 가볍고 활동적인 옷을 입고, 청년은 눈에 띄는 PVC를 입고 으쓱해 하죠. 노인이 되면 고급스러운 울이나 실크를 입게 되구요.” 디자이너 한상혁의 설명이다. 실루엣 역시 변한다. 가령 20대 초반의 남자는 캐주얼한 셔츠의 끝단을 바지 밖으로 내놓는다. 안그러면 너무 모범생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점차 나이가 들면 반드시 셔츠를 바지 속으로 밀어 넣고 벨트를 하게 된다. 스키니 팬츠도 정장 팬츠로 바뀐다. 특히 청년의 실루엣에서는 본이 몇 시즌째 선보이며 시그너처화 된 T자 실루엣이 눈에 띄었다. 상의는 오버 사이즈에, 팬츠는 레깅스나 얇은 시가렛 팬츠 같은 느낌의 극대비 효과가 이번 시즌 역시 다양하게 변주 되고 있었다. 친절한 디자이너는 패션쇼의 구성까지도 섬세하게 안내했는데, 이 쇼는 스물 한가지의 에피소드로 짜여 있었다. 일요일, 저녁식사, 공항, 연애, 가족모임 등 일반적인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 안에서 남자가 나이를 먹는다. 디자이너 한상혁은 “나이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겠어요? 스피릿이라는 것은 그대로 있고” 라고 말했다. 아직은 긍정도 부정도 할 수가 없었지만, 적어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진다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운동화를 신었던 젊은이는 신사가 되면 로퍼를 신으니까. 쇼가 끝이 나고 분명 약효가 없을 줄 알면서도, Bon 미래 과학 연구소의 알약을 자꾸 만지작거리게 됐다. ‘아, 앞으로 Bon이라는 글자만 봐도 이 알약 생각을 하겠구나. 이게 중독성까지 있는 줄은 몰랐네’ 라고 생각했다. 옷이 흔해진 세상에서 브랜드에 스피릿을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 한상혁. 그의 명민함에 전적으로 설득 당한 기분이었다. <Vogue.com> 온라인 에디터 ㅣ 이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