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S/S London

Designer
close
자일스
전체 컬렉션 보기
    2008 S/S London 레디 투 웨어 Giles
    100

    2008 S/S London자일스 (Giles)

    디자이너에게 어떠한 영감을 얻었는지 묻는 것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컬렉션이 있다. 즉, 논리의 끈을 잡으려 노력하는 것이 디자인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이다. 자일스 디컨이 그 좋은 예이다. 그의 컬렉션은 임의성이 구체화된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거나, 지적인 이론을 성립시키지도 않는다. 컬렉션에서 어떠한 포인트를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보는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릴만한 특징들이지만, 디컨의 경우는 예외이다. 특정한 메시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컬렉션은 훌륭한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알라이아식(섬세하게 여체를 드러내는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으로 재단한 수수한 그레이 컬러의 데님으로 시작하여 50년대 여배우 스타일의 화려한 새틴 드레스, 마리 앙투아네트 밀크메이드(우유 따르는 하녀) 드레스, 산뜻한 실크 티셔츠 드레스, 커다랗고 흐릿한 케이트 모스 사진을 프린트한 것, 레이어드 튤, 그리고 목 부분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는 밤비 프린트 등으로 이어지는 패션쇼에 도대체 어떤 논리가 있겠는가? 쇼가 끝난 후, 디컨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예전 음반들을 뒤지다가 콕토 트윈스(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듀오)나 섹스 피스톨즈의 ‘누가 밤비를 죽였나?’와 같은 80년대 4AD 레이블의 앨범 디자인을 보고 난 후 작업에 임했다는 말을 했다. 이것이 고무로 제작된 입체 장미 장식, 인조 모피의 앞부분에 수백 개의 갈색 고무줄이 장식되어 특이하고 멋지게 보였던 연한 핑크 컬러의 트렌치 코트에서 보여지는 펑크와 페티시 이미지의 결합을 설명해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디컨은 이번 패션쇼가 지난 번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른 봄 컬렉션의 상업적인 성공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른 봄 컬렉션에서 그는 옷감과 장식을 이용해 모든 작품을 가볍고 ‘살짝 제정신이 아닌’ 듯한 이미지를 풍기고자 했었다. “직접 직물 자체를 발명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었죠”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니 그로부터 이론을 끌어내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는, 백 스테이지의 옷걸이에 걸린 의상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컬렉션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페인트칠을 한 옷감과 겹겹으로 만든 튤의 속치마 그리고 패니어 코트(옛날식으로 펼쳐진 테가 있는 스커트)의 구조를 살펴보면 디컨의 수작업이 얼마나 탁월한지 알 수 있으며, 때문에 그의 작품이 가진 진정한 매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