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S/S Mi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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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프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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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S/S Millan 레디 투 웨어 Burberry Pror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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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S/S Millan버버리 프로섬 (Burberry Prorsum)

    창의력이 폭발하지 않아도, 최첨단 스타일을 보여주지 않아도, 굉장한 꾸뛰르 기법이 쓰이지 않아도 여자들이 못 봐서 안달인 패션쇼가 버버리 프로섬이다. 직접적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소나기나 물벼락은 이번 컬렉션을 완성시킨 일등공신(지난 시즌 피날레 때 천장에서 낙엽들이 쏟아지듯 빗줄기가 쏟아지는 일은 없었다). 물에 의해 오묘하게 번진 색깔의 그러데이션과 물에 빨아서 꽉 짠 다음 탈탈 털었을 때의 구겨짐이 패션쇼의 전체적 이미지였다. 이 그러데이션과 구겨짐은 트렌치 카디건 팬츠, 혹은 트렌치 미니 드레스 목걸이라는 베일리식 착장법에 맞춰 넣고 빼고를 반복하며 전개됐다. 형태나 색감에 매달리거나 공격성마저 드러냈던 최근의 옷들을 모두 물빨래라도 한 것처럼 모든 룩은 힘이 빠져 길쭉했고, 물에 서너 차례 헹군 듯한 물빛 색깔들은 담백하기 그지없었다. 그 가운데 프레자 베하가 입고 나온 34번째 룩(구겨지고 늘씬한 트렌치, 속살이 휜히 비치는 카디건, 골반에 삐딱하게 걸친 7부 바지, 여기에 등산 모자와 남자용 양말을 곁들인)은 볼수록 뒷맛이 개운했다. 눈썰미에다 손재주가 많은 버버리 팬이라면 새 옷을 사는 건 둘째 치고라도, 이번 쇼를 통해 리폼 아이디어마저 얻게 될 듯하다. 기존의 트렌치코트를 물에 빨아서 입어보는 것. 물론 다림질은 절대 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