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S/S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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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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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S/S Paris 오뜨 꾸띄르 Christian 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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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S/S Paris크리스찬 디올 (Christian Dior)

    실제 컬렉션 무대가 열리기 직전, 패션하우스들은 일부 취재진을 초대해 미리 컬렉션의 단서를 제공하는 프리뷰를 연다. 이번 오트 쿠튀르를 앞두고 열린 프리뷰에서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고전적인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3-D 아이디어를 결합한 프레젠테이션을 펼쳤다. 하지만 디올의 존 갈리아노는 아니었다. 갈리아노가 이번 쿠튀르를 앞두고 머릿속에 떠올린것은 1940년대와 50년대, 무슈 디올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 디올 하우스를 위해 많은 작업을 했던 일러스트레이터 르네 그뤼오(Rene Gruau)의 작품이었다. 쇼가 열리기 하루전, 르네 그뤼오의 작품이 여러 점 놓인 디올 아틀리에에서 존 갈리아노는 고전적인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을 패션에 적용한 컬렉션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기술적으로 가장 도전적인 컬렉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붓놀림의 강약에 따른 색의 변화, 잉크의 점도를 달리했을때 나타나는 명암의 대비, 연필로 스케치하다가 지운 자국 같은 그뤼오 특유의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을 오트 쿠튀르의상에 접목하겠다는 뜻이었다. 아무래도 올해 초 런던의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에서 열린 그뤼오 전시회의 영향이 큰 것 같았다. 그간 특정 화가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을 만든 예는 있었어도 구체적인 회화 기법을 패션으로 형상화한 경우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갈리아노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 재학 당시 디자인에 앞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크리에이터다. 그렇기에 그 결과물에 대한 기대는 한층 높을 수밖에 없었다. 컬렉션이 열리고, 갈리아노가 창조한 쿠튀르 피스들이 하나씩 무대에 오르면서, 그가 말한 모든 것이 완벽하게‘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그뤼오가 그린 스케치 특유의 명암은 다른 색상의 튤을 여러 겹 겹쳐 표현되었고, 종이 위에 섬세하게 그린 연필 스케치처럼 실루엣은 명확한 라인을 그리고 있었다. 데이웨어에는 생기 있는 색을, 이브닝웨어에는 좀 더 섬세한색을 사용했는데, 한 벌 안에서도 그러데이션을 이용한 색상의 변화가 인상적으로 표현되었다. 빨강은 몸을 타고 흐르면서 검정으로, 누드 톤은 연한 하늘색으로, 하얀색은 분홍색으로 변화했다. 이 기법들은 디올의 오트 쿠튀르의상을 더욱 힘있게 만들었는데, 특히 과장된 형태의 드레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물론 디올 하우스의 유산인 뉴 룩 실루엣은 빠지지 않았다. 트라페즈 코트는 헴라인 부근에서 부드럽게 접혔고, 바 재킷은 조각 같은 소매, 거대한 페플럼과 어우러져 더욱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자아냈다. 과장된 실루엣의 상의에는 가느다란 펜슬 스커트를 매치하여 실루엣의 대비미가 더욱 극대화되었다. 스테판 존스의 드라마틱한 헤드피스, 올랜도 피타의 헤어와 팻 맥그라스의‘ 그림 같은’ 메이크업으로‘르네 그뤼오’라는 영감이 더욱 견고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분명, 실용적이거나 현실적인 컬렉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쿠튀르에서 원하는 것은 현실보다는 환상에 가까운 것이라는 점을, 갈리아노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