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S/S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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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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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S/S Paris 오뜨 꾸띄르 Givenc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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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S/S Paris지방시 (Givenchy)

    리카르도 티시는 게임을 즐기는 디자이너다. 게임의 장르로 따지면 지능형 두뇌퍼즐게임 정도라 할 수 있겠다‘. 내 옷, 아름답지? 게다가 여기엔 너희는 한눈에 이해할 수 없는 대단한 문화, 철학적 영감까지 들어 있다고!’라고 자랑하는 듯하다. 젠 체하는 이 젊은 패션 천재가 그다지 밉지 않은 이유는,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게 꽤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리카르도 티시는 이번 시즌에도단 10벌만의 쿠튀르 피스를 만들고, 고풍스러운 팔레 방돔으로 소수의 관객만초대해 자신의 작품을 겨우 몇 센티미터 거리에서 감상하도록 했다.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가 말하고자 한 바는 1950년대 시작된 일본의 전위무용이자, 문화운동인 ‘ 부토(舞踏)’다. 티시는 자신의 절친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통해 부토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관심을 가질수록 부토가 단순한 무용이 아니라 초현실과 미니멀리즘, 표현주의, 군국주의와 민족주의, 새디즘과아나키즘 등 다양한 역사, 철학적 배경을 가졌다는 것에 매료되었다. 이번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티시는 부토의 창시자인 가즈오 오노를 뮤즈로 의상을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오노(내면을 표현하는 섬세한 춤사위로 유명하다)의 여성적이고 로맨틱한 면을 부각시키되, 고딕 스타일로 대표되는 자신의 어두운 면을 조화시켰다는 설명인데, 사실 컬렉션 의상 그 자체만 보면‘ 부토’나‘가즈오 오노’ 같은 배경을 바로 눈치 채긴 힘들다. 다만, 룩의 영향이 일본에서 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필립 트레이시가 고안한 거대한 모자는 전국시대의 일본 장군들이 쓰는(혹은 일본의 로봇 만화에 등장하는) 보호 모자를 연상시킨다. 티시가 즐겨 쓰는 가톨릭 십자가 같은 모티프는 로봇의 얼굴 부분을 닮은아플리케 위에 곁들여져 볼레로 가운 위에 수놓였다. 반면 세부 장식은 오트쿠튀르의 정통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커팅에만 2천 시간, 재봉에만 4천 시간을 들인 옷이다. 하양과 검정 위주의 컬러 팔레트에도 변화가 있었다. 라일락, 누드, 피스타치오 같은 연한 파스텔 컬러에 주황색 같은 눈부신 네온 컬러를 포인트로 사용한 것은 기존의 지방시에서 크게 변화한 대목이다.오트 쿠튀르를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브랜드는 오늘날 거의 없다. 그나마 남은몇몇마저도 판매를 의식해 데이웨어와 이브닝웨어의 비율을 비슷한 정도로조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카르도 티시의 행보는 오늘날 오트 쿠튀르가 어떤 의미로 패션계를 지탱해야 하는지를 시사하고 있다. 저 아름답고 난해한부토-로봇 드레스를 누가 입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