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F/W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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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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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F/W Paris 오뜨 꾸띄르 Christian 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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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F/W Paris크리스찬 디올 (Christian Dior)

    지난 봄/여름 컬렉션 기간 도중 스캔들에 휩싸인 수장을 잃은(혹은 내보낸) 디올 하우스는 몇십 년간 갈리아노의 오른팔로 스튜디오 디렉팅을 든든히 맡아온 빌 게이튼과 수석 어시스턴트인 수잔나 베네가를 내세운 오트 쿠튀르를 감행했다. ‘천재 디자이너’의 밑에서 유서 깊은 하우스의 스튜디오 디렉터라는 역할을 꽤 잘 수행해온 게이튼에게는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섰을 게다. ‘리카르도 티시가 아니고 빌 게이튼? 그게 누군데?’라는 의문이 압도적이었으니. 레디투웨어가 아니라 오트 쿠튀르로 데뷔전을 치러야 한다는 점도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원인이었을 터.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번 쇼는 디올 하우스를 표현한 것도, 천재라고 불리던 전임자인 갈리아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도, 또는 젊은 신임 디자이너의 개인적 비전을 표현한 것도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이 세 가지가 모두 합쳐진 애매한 중간 형태의 결과물이었다. 다들 알겠지만 패션의 세계에서는, 특히 오트 쿠튀르의 세계에서는 ‘중간형’이란 쓸모가 없다. 게이튼이 갈리아노가 이끈 디올의 흔적을 지키려고 애쓴 점이 보이긴 했다. 갈리아노가 좋아하던 프랭크 게리나 장 미셸 프랭크 등 80년대 건축가에게서 영감 받은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으니. 러플 칼라 재킷과 풀 스커트를 매치한 첫 룩에서부터 디올의 시그너처인 바 재킷 역시 좀 더 조형적인 형태를 띠었다. 문제는 그 조합이 영 엉성했다는 것인데, 절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모델들은 여전히 80년대에 사로잡힌 디스코 인형이나 만화 주인공처럼 보였다. 다른 피스들이 좀 더 정제되었다면 피에로처럼 분장한 칼리 클로스의 드레스는 클라이맥스로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헤드피스를 담당하는 스테판 존스, 세트 디자이너 마이클 호웰,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 헤어 디자이너인 올랜도 피타. 어느 하나의 이름만으로도 소름을 돋게 하는 대가들이 ‘디올’이라는 이름만으로 일단 모이긴 했다. 하지만 다음 번에도 그 ‘이름값’에 계속 기댈 수 있을까? 다음 여성복 컬렉션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결과는 곧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