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F/W Paris

Designer
close
발렌티노
전체 컬렉션 보기
    2011 F/W Paris 오뜨 꾸띄르 Valentino
    100

    2011 F/W Paris발렌티노 (Valentino)

    발렌티노 백스테이지 한켠에 새치름하게 걸려 있는 인스피레이션 보드에는 제정러시아 황제, 차르의 가족 사진이 붙어 있었다. 황제의 발치에 앉아 있는 동화 속 주인공 같은 황녀의 모습, 그것이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 듀오가 새로운 쿠튀르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머릿속에 그린 그림이다. 주름 잡힌 튈 날개가 어깨에서 바닥까지 내려오는 환상적인 드레스는 물론이고, 골드와 플래티넘으로 장식된 트위드 수트 같은 데이웨어에까지 몽환적인 느낌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사실 전반적으로 컬렉션 라인업이 현대적이었던 건 아니다. 깃털처럼 가벼운 크레페 드레스 위에 어깨에서 가슴선까지 작은 버튼이 조르륵 달린 근대 군주 같은 느낌의 재킷을 매치한 룩이나, 중세 시대를 연상시키는 긴 소매의 롱 드레스 등은 모던한 재해석이라고는 없이 클래식한 느낌만을 강조했지만, 치우리와 피치올리 듀오에게는 전혀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추억의 느낌이죠. 다만, 아련한 향수를 강조하기 위한 컬렉션은 아닙니다”라고 피치올리는 수수께끼 같은 설명을 했다. 하긴, 맞다. 발렌티노의 새 디자이너 듀오, 그리고 그들의 젊은 고객들이 어떻게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를 가질 수 있겠는가? 이들 디자이너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컬렉션의 주제보다는 오래 공들여 만드는 ‘오트 쿠튀르’ 하우스로서의 정체성이었던 셈이다. 크리스털이 그물에 촘촘히 박힌 칵테일 드레스, 플래티넘 장식이 꽃잎처럼 펼쳐지는 스커트 등은 쿠튀르 하우스로서의 발렌티노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피스로 손색이 없었다. 파격보다는 완성도를 지향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