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F/W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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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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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F/W Paris 오뜨 꾸띄르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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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F/W Paris샤넬 (Chanel)

    샤넬의 칼 라거펠트는 바쁘다. 새벽 5시에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이 패션 마에스트로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열리는 샤넬과 펜디의 레디투웨어 컬렉션뿐만 아니라, 크루즈과 프리 컬렉션은 물론 오트 쿠튀르에 버금가는, 샤넬이 보유한 공방의 솜씨를 자랑하기 위한 공방 컬렉션도 책임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보여준 일련의 패션 판타지는 더욱 거대한 그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베르사유에서 열린 엄청난 규모의 크루즈 컬렉션 두 달 후 열린 샤넬의 오트 쿠튀르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쿠튀르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주요 요소인 장소부터가 그렇다. 샤넬 쇼가 늘 열리는 그랑 팔레였던 것은 맞지만, 이번에는 내부의 살롱 도뇌르(귀빈실)를 열게 만들었다. 살롱 도뇌르는 1900년대의 만국박람회 이후 한 번도 오픈하지 않은 곳이다. 칼 라거펠트는 이 방의 양쪽으로 난 계단에 길을 내고 샤넬의 실크로 만든 카멜리아 꽃송이가 만개한 나무를 곳곳에 배치했다. 코코 샤넬 여사가 사용한 쿠튀르 살롱과 비슷한 느낌을 내는 쇼장을 만드는 데만 꼬박 3주가 걸렸다고 한다. 쇼장을 ‘리뉴얼’한 것은 이번 컬렉션에서 칼 라거펠트가 의도한 지점과 맥을 같이한다. 그는 쇼 직전 “이번 컬렉션은 뉴 빈티지(New Vintage)다. 샤넬이 생긴 지 1백 년이 지나도 우리는 이 지점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설명한 대로 전체적인 라인업에서는 1940년대의 흔적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넓은 어깨, 스윙 스타일의 헴라인이 넓은 코트, 케이프 디테일을 적용한 뒤판 등이 그렇고, 색채 역시 검정, 회색, 은색, 흐릿한 핑크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보통의 상식에FLASH서 떠올릴 수 있는 일반적인 ‘빈티지’의 범주 안에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라거펠트가 의도한 ‘새로운’ 빈티지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것은 샤넬이 자랑해 마지않는 공방의 기법을 세부적인 장식에 응용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샤넬의 상징인 트위드는 패치워크 기법을 통해 동근 어깨선의 작은 투피스와 치렁치렁하고 큼직한 원피스 드레스, 주름 스커트로 변신했다. 섬세하게 염색한 점프수트(보통 쿠튀르에서 점프수트라는 아이템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깃털로 장식한 흰 블라우스나 리본 장식을 단 회색 블라우스처럼 전형적으로 쿠튀르에 등장하는 아이템들은 레이스가 달린 아이보리색 니트나 스팽글로 수를 놓은 실크 오간자 소재의 넓은 팬츠와 섞여 스타일링되었다. 최근의 컬렉션에서 라거펠트는 아카이브의 요소와 신세대가 열광하는 스트리트적인 요소를 교묘하게 섞어 ‘샤넬 스타일’로 표현하는데 주력해왔는데, 스텔라 테넌트나 제이미 보셰트 같은 ‘쿨 걸’의 표상인 모델들이 천문학적인 가격의 쿠튀르 의상을 입고 마치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다는 듯 워킹하는 모습을 보니 칼 라거펠트가 말한 ‘뉴 빈티지’란 다름 아닌 애티튜드에 있다는 메시지를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샤넬인데! 칼 라거펠트인데!’ 끝내주는 드레스는 어디 있느냐고? 피날레에 린지 윅슨이 입고 나온 깃털과 카멜리아로 장식된 드레스가 등장하는 순간, 장내의 모든 사람이 거의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질렀다. 라거펠트가 린지를 안으며 관객들을 향해 포즈를 취한 순간, 이 둘의 등에 날개가 돋아나며 하늘로 승천하는 줄 알았다.- W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