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진료에 대한 걱정Over scanning

<VOGUE> 2013년 02월호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무조건 X-ray, MRI, CT 촬영이 필요하다? 상세한 영상자료는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지만 병원의 수익성과 방어 진료를 목적으로 한 과잉 진료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스키를 타다 심하게 넘어져 강남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정형외과를 찾았다. X-ray를 찍더니 무릎에 구멍을 뚫어 진행되는 연골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며 MRI도 찍어보자고 했다. 덜컥 겁이 나 일단 깁스를 하고 돌아왔다. 혹시나 싶어 지인이 추천하는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인대가 늘어났을 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깁스도 근육을 약화시킬 뿐 필요 없으니 풀고 붕대로 반깁스를 한 후 운동화 신고 다니란다. 그리고 2주 후 정말 무릎은 멀쩡해졌다. 작년 말 소비자시민모임이 전국 13세 이상 남녀 104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 4명 중 3명은 진료비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며, 특히 과도한 MRI, CT 촬영에 대해 부당 청구를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CT, MRI 촬영장비 숫자는 OECD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인구 100만 명당 CT는 35.3대, MRI는 19.9대였는데 OECD 평균은 각각 22.6대와 12.5대다. MBC, 동아일보 의학기자가 쓴 <병원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에서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경제적 이득. 종합 병원에서조차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면서 의사들은 실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이런 검사들은 엄청나게 수익성이 좋다. 두 번째는 방어 진료. 의료소송이 잦아지면서 의사들은 검사 자료로 최대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려 하고 있다. 물론 자신은 소중하니 비싼 검사를 받고 싶다는 건강염려증 환자들 탓도 있다. 결과적으로 검사비는 치솟고 과잉 진료로 환자는 몸도, 돈도 손해를 보게 된다. 이 같은 일이 늘어나자 미국에서는(미국에서는 불필요한 치료가 의료비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 기관들이 ‘기다려 보기’를 지지하고 나섰다. 4월 9곳의 협회들이 ‘현명하게 선택하기(Choosing Wisely)’라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요통에 처방되는 MRI를 포함, 과잉 진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검사와 수술 45가지를 발표하면서 의사들에게 목록에 오른 것들을 덜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의 저자 김현정 박사는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 없고, 검진해서 이상 안 나오는 사람 없습니다. 진찰을 통해 요추 디스크 진단을 받으나 MRI로 모양을 확인하나 초기 치료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엑스레이로 나타나지 않을 정도의 실낱같이 금이 간 불완전 골절도 정밀검사로 다 나오죠. 근육, 인대 파열도 마찬가지. 그냥 며칠 아프고 멍 빠질 때까지 깁스하고 기다리면 좋아질 걸 정밀검사를 합니다. 이는 특별한 치료 시술이 접근할 좋은 구실을 제공하죠. 과잉 진단은 과잉 치료의 단초입니다.” 미국 <보그>는 미국 내과 위원회 크리스틴 K 카셀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검사들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그런 검사와 수술을 정말로 필요할 때에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제가 이 검사를 받을 때 어떤 위험이 있나요? 그리고 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에는 어떤 위험이 있나요?’라고 물어야 합니다.” 김현정 박사도 이에 동의했다. “이런 요구에 대해 무례하게 응대하는 의사는 확연히 줄어들었어요. 의료도 서비스라는 의식이 높아진 거죠. 실제 깐깐하게 체크하고 질문하는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의사를 신뢰하되 질문할 땐 당당하게, 용기를 가지라는 말씀!

척추, 요통 MRI

요통에 으레 처방되는 MRI(자기공명영상법)은 놀라울 정도로 상세한 영상을 제공하지만, 최근 많은 MRI가 쉽게 오독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존스 홉킨스 의료팀은 MRI가 요통 환자들의 상태를 “개선시키지 못 한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또 따른 연구는 통증이 일어난 첫 달에 MRI를 찍은 사람들이 수술을 받을 확률이 8배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회복이 더 빠르지는 않았다. “척추 MRI를 찍으면 허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은 정상인도 64% 정도 디스크에 이상 소견을 보일 수 있을 정도로 ‘무증상 이상 소견’이 많습니다. 따라서 수진자의 현재 상태(통증 등의 증상)와 MRI 소견을 잘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는 MRI를 찍느냐 안 찍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MRI 소견을 어떻게 평가하고 그에 따른 처방을 적정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통이 오래가고 심하면 MRI를 찍는 것이 옳습니다. 척추 상태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적절한 치료를 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문제는 그때 보이는 이상 소견에 대해(의도적으로, 혹은 무식해서) 과잉 반응을 해 필요 이상의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옳지 않다고 봅니다. 통상 본인의 허리로 버틸 수 있는 최대 연령을 90세로 보고 수십 년간 허리를 가장 잘 보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키 포인트입니다.”

유방 X-ray 촬영

2009년 미국 예방 진료 특별 심의회는 여성들이 50세부터 유방 X-ray를 찍기 시작해서 그 후 2년에 한 번 검사를 해야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보다 이른 나이에 좀더 자주 검사를 한다고 해서 생존 확률이 특별히 개선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오진과 불필요한 조직검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영상의학과 구혜령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은 서구의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서구의 경우 40대 이후부터 유방암 발생률이 점점 증가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40대 중반에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이다가 50대 이후는 감소하는 양상을 나타냅니다. 즉, 한국에서는 40대부터 유방암 검진을 위한 유방촬영술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가 5대암 검진 사업의 일환으로 유방암 검진을 위해 40세 여성부터는 1~2년마다 유방촬영술을 시행하도록 권고안을 마련하고 있다. 더군다나 국내 여성들은 ‘치밀유방’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매해 초음파검사를 함께 받을 필요가 있다.

응급실 CT, MRI

대형 병원 응급실에서 푸대접을 받고 비싼 검사비만 잔뜩 냈다는 이야기는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병원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에서는 대형 병원 응급실에 갔다면 일정 부분 덤터기를 쓸 각오를 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예를 들어 심한 두통으로 응급실을 내원하면 거의 예외 없이 CT를 찍는다. 열이 나도 기본 피검사, 소변검사, X-ray는 기본적으로 진행한다. 이유는 대형 병원 응급실이기 때문. 작은 병원에서는 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흔한 병부터 의심하지만 응급실에서는 가장 심각한 질병부터 차례대로 제외해나가는 시스템이다. 가령 응급실을 찾을 정도의 두통이면 우선 뇌출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CT를 찍는 것. 해결책은 가벼운 증상으로는 절대 대형 병원 응급실을 찾지 말라는 것. 감기몸살, 몇 바늘 꿰매야 하는 경우, 출혈 없는 단순 골절, 심하지 않은 두통, 복통으로는 대형병원 응급실에 가지 말 것.

치아 X-ray

치아 X-ray에서 나오는 방사선 양은 적다. 그러나 미국<보그>는 양성 뇌종양의 일종인 수막종에 걸린 사람들 중 교익(치과용 X-ray 필름의 받침)검사로 알려진 치과 X-ray를 찍었다고 말한 경우가 두 배나 높았다는 예일대학의 최근 연구를 소개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치과협회도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보수적인 권유를 하고 있다. 즉, 어린이는 1~2년에 한 번씩만 X-ray를 찍어야 하고, 어른은 치아에 문제가 있을 경우 2~3년에 한 번씩만 찍어야 한다는 것.

갑상선암

갑상선암이 대한민국 암발생 2위 암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국내 갑상선암 발병률이 10년 새 9배나 급증한 것.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갑상선암이 늘어나긴 했지만(체르노빌 등의 방사선 피폭과 CT 촬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갑상선암 검진의 보편화와 작은 갑상선 혹도 무조건적인 조직검사가 이뤄진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갑상선검사를 적극 권하고, 조직검사와 수술을 서둘러 해치운다고 지적한다. 돈 때문이기도 하고 조급증이 심한 의사와 환자들의 성향 탓이기도 하다. 논란이 되자 갑상선학회는 5mm 이하의 작은 혹에 대해서는 일절 검사를 하지 말 것을 가이드 라인으로 제시했지만, 이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CT 촬영, 방사능 조사량

미국 <보그>는 CT 촬영(컴퓨터 단층 촬영)은 신체 내부를 빠르고 정밀하게 촬영함으로써 많은 생명을 구한 현대의 기적이라고 예찬하면서도 지난 15년간 CT 촬영이 3배로 증가한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CT 촬영은 한번에 X-ray를 70번 찍는 만큼의 방사능을 내뿜기 때문에 보다 급박한 상황(CT 촬영은 기절, 두통, 일반적인 복통의 가벼운 증세용이 아니다)에 사용돼야 하며, 방사능이 없는 초음파 검사를 우선 실시하라는 것.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정이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CT, MRI 등 고가영상장비의 의료기관 간 정보교류를 추진하고, 재촬영 제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국내 환자의 CT 촬영 중 30일 이내 재촬영 비율이 전체 20%에 달하기 때문. 히 나이가 어린 소아나 청소년기에 빈번한 CT 촬영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맞는 방사능 양을 요구해야 한다. 덩치가 작은 어른도 방사능 양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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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이화진
포토그래퍼 - 차혜경
모델 - 곽지영
스탭 - 헤어 / 이선영, 메이크업 / 미영
기타 - 촬영 협조 /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의상 / 쟈뎅 드 슈에뜨, 액세서리 / ck 주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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