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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한도전
인생은 아름다워
<VOGUE> 2010년 08월호
이희재는 서구적인 얼굴과 도회적인 몸매, 그리고 세련된 태도로 한국 패션모델의 수준을 패션선진국쯤으로 끌어올렸다. 그녀의 차밍스쿨 역시 한국여자들의 감도를 비슷하게 맞췄다. 모델에서 사업가, 화가로 이어지는 이희재의 인생은 아름다워!
말 그대로 ‘유쾌상쾌통쾌’한 목소리(도레미송에서 ‘솔’쯤?)가 디자이너 한혜자의 청담동 매장 지하의 살롱 드 H에 카랑카랑 울렸다. “늦었어요. 검정 옷을 깜빡 놓고 오는 바람에!”미용실에서 머리 손질과 화장을 하고 온 이희재가 옷 세 벌과 케이트모스가 자주 들던 샤넬의 코코카바스 백을 메고 바람처럼 계단을 내려왔다. 그녀가 <보그>촬영을 위해 몸에 착 감기는 돌체 앤 가바나의 땡땡이 흑백 원피스, 찰랑대는 여러 개의 은 팔찌, 토즈 대신 루부탱으로 재단장했다. 키 170cm에 59kg. 모델 시절보다 살이 12kg이나 더 쪘다며 귀엽게 우는 소릴 했지만, 모델 전성기로 유체이동한 듯 여전히 날씬하고 매력적이다. 백옥같이 흰 살갗과 대비되는 흑단처럼 까만 머리, 게다가 트레이드마크인 지방질이 쏙 빠진 눈두덩과 이국적인 광대뼈까지. 요새 젊은 사람들 말마따나 ‘여신강림’이 따로 없다.수려한데다 우월한 유전자의 그녀가 3차원 무대로 이동했다. 그곳은 이희재가 패션 모델로서 20년쯤 신나게 걸었던 런웨이가 아니다. 13년쯤 사업가로 목소리를 높였던 차밍스쿨이나 방송사 스튜디오도 아니다. 인생의 3번째 라운드를 개척한 무대다. 기름진 유화 물감자국으로 덕지덕지 범벅이 된 아틀리에와 초현대적 갤러리다.화가로서의 일상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어느 순간, 친구와 동생들이 모두 결혼하고 떠나자 결국 나 혼자라는 걸 실감하게 됐어요. 혼자 뭘 하며 놀까 고민하다 긁적이기 시작했죠.” 그때 손에 쥔 게 크레용이다. “미국의 남동생 집에 머물 땐 마커로 유리에 그림을 그려봤죠. 나비나 꽃? 의외로 주위에서 반응이 좋더군요. 하하!” 내친김에 그녀는 냉큼 화방에 달려가 그림 도구를 장만했다. 그녀의 눈에 유화물감은 꽤 탐스러웠고, 캔버스와 이젤은 몹시 유혹적이었다. 4개월쯤 거기 머물며 본격적으로 그림에 입문하게 됐다.

요즘 20대들에겐 장윤주와 한혜진, 30대들에겐 최미애와 이복영까지가 자신들이 기억할 수 있는 한국 모델 계보일 것이다. 하지만 30대 후반부터는 자신 있게 이희재를 손꼽을 것이다. 그녀는 70년대에그레타 가르보를 연상시키는 이목구비로 동료 모델이었던 루비나와함께 존재감을 물씬 드러냈다. 당시 일간지들은 패션 기사를 게재할때 모델 사진은 꼭 이희재를 썼다. 그래서 패션 기사 사진 옆에는 ‘모델/이희재’가 늘 표기됐다. 모델에 환상을 갖게 된 건 여고생 때부터라고 그녀는 얘기한다. “명동에 놀러 갔는데, 너무 멋진 여자를 본 거예요. 뼈에 가죽만 입힌 듯 앙상한 몸매, 각진 얼굴, 앞가르마를 타서 좌우로 늘어뜨린 단발머리… 명동 한복판에서 홀린 듯 그녀를 뒤쫓았어요. 아닌게아니라, 그녀는 신세계백화점 패션쇼에서더군요. 당시 최고의 모델이었던 김나영이란 분이었죠.”
디자이너 한혜자가 이희재의 그림을 프린트해서 만든 의상들. 이희재 개인전 오프닝과 함께 한혜자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한 패션쇼가 열렸다.
1971년, 13 : 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 건대 의상학과의 스무 살짜리 여대생은 목화 아가씨 선발대회 1등으로 모델이 됐다(미스코리아와 달리 미국 코튼사에서 주최한 대학생 대상 미인대회였다). “부모님도 아주 적극적이셨어요. 어머니는 ‘손톱에 매니큐어는 발랐니?’‘머리는 왜 안 말고 그대로 놔두니?’라고 잔소리하며 제 외모를 수시로 점검하셨죠. 그야말로 개인 스타일리스트셨어요.” 그리하여 모델로 갓 데뷔하자마자 〈여성중앙〉 캠퍼스 모드 화보를 촬영하던 중 현장에서 사진가에 의해 표지 모델로 낙점되는 행운까지 누렸다. “모델은 여자로 태어나 꼭 한번 해볼 만한 직업이에요. 나를 멋지게 변화시켜주는 작업인데다 세련된 감각까지 터득할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선천적 조건을 맘껏 누리며 모델 일을 즐겼다고 큰 눈을 반짝이며 회상한다. “수영복 촬영 때였나? 13명의 모델들이 끼여타고 광나루로 촬영하러 가는 ‘찝차’ 안에서 어느 선배가 묻더군요. ‘넌 이렇게 힘든 일을 왜 하니?’ 그땐 그 질문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모델 일이 신났죠.”

20년쯤 톱 모델로 아름다운 인생을 보낸 그녀는 동료들과 패션쇼오디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모델 에이전시를 설립했다. “‘모델뱅크’란 이름으로 등록했는데 거부 당했어요. 미용실에서 확 떠오른 이름이 ‘모델라인’이었죠.” 그런 뒤 대한민국 여자들의 감각 수준을 단숨에 끌어올린 차밍스쿨 ‘와이낫(Why Not)’까지 열었다. 그건 에스콰이아제화와 함께 ‘예쁘게 걸어요’ 캠페인을 열만큼 인기였다. 워킹과 코디네이션은 물론, 헤어와 메이크업, 에티켓과 대화법까지 강의했다. 아울러 라디오 DJ는 물론 〈아름다운 여자〉라는 단행본까지 대박을 터트리자 두 번째 라운드 역시 탄탄대로에다 승승장구였다. 심지어 43세에 화장품 광고 모델과 대학 학과장 직함까지 있었으니 그녀의 인생은 더없이 아름다울 수밖에!

“담석증 수술로 인해 모든 걸 중단해야 했죠.” 1년이란 긴 회복 기간 뒤에 온 게 세 번째 라운드였다고 그녀는 귀띔한다. “3년쯤 개인 레슨을 철저히 받았어요. 밝고 선명한 색채가 좋았어요. 언젠가 샤갈 전시를 봤는데 그 색감에 주눅이 들고 가슴이 턱 막히는 감흥을 얻었죠.”그렇게 화가로 입문한 그녀는 한혜자와 어느 잡지 발행인과 함께 일본으로 갤러리 투어를 떠나면서 화가가 될 개인적 명분을 얻었다. “니키드 생팔의 전시였어요. 처음엔 그녀가 패션 모델 출신인지 몰랐죠. 그런데 갤러리 한쪽에 니키의 모델 전성기 때 사진과 현재 거친 손을 찍은 사진의 대비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마음을 움직이고 만 그녀에게 동행했던 사람들은 ‘너도 할 수 있다’고 조언했고, 결국 그녀는 화가로서 소극적인 태도에서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었다.

“2006년 예술의 전당 근처 ‘호 갤러리’에서 첫 번째 그룹전을 열었어요. 자그마한 모자를 그린 다음 핑크와 화이트 유화물감으로 뭔가 날아가는 듯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죠. 친구들은 잔잔한 풍경화가 전시될 줄 알았는지 꽤 놀라는 눈치였구요.” 그렇게 해서 이희재는 여성미술대전과 경향신문 공모전 입선, 서울 미술협회 공모전 특선 등으로 화가 경력을 차곡차곡 더했다. 이희재의 작품을 보면 전형적인 미술 교육을 거치지 않아서 소재 다루는 솜씨가 색채 감각만큼이나 독창적인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패션 이력이 큰 도움이 돼요. 샌드위치 봉투부터 과일 포장지와 풍선 등등. 그림 선생님도 제 과감함에 놀라는 눈치셨어요.” 그녀는 꽃과 나비(특히 나비 반쪽)를 거쳐 요즘말에 푹 빠져 있다. ‘루이’와 ‘레이’란 이름의 수컷과 암컷 두 마리다.“모델 때부터 말 인형을 수집했어요. 20대 땐 승마도 배웠구요. 어느날 수집한 말 인형을 그리면서 말 연작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죠.”

이희재가 세 번째 무대인 갤러리에서 자기 작품들의 호위를 받으며〈보그〉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셔터 소리에 맞춰 턱을 비스듬히 움직이고 눈매와 입술을 조절하는 능력은 여전히 탁월하고 젊은사진가를 자극할 만큼 아름답다. 운동, 그림, 교회로 간략해진 세 번째삶이지만 에너지는 자신의 색채만큼‘버라이어티’하다. 유부녀 세 명과 쓰는 다락방 아틀리에서 그녀는 자기묘사에 따르면 “미친 사람처럼 희열을 느끼며” 물감을 짜서 캔버스에 바른다. 모델 20년은 그녀에게 여자로사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했다. 또 사업가 13년은 물질과 사람에 관해 공부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첫 번째 개인전이 화가로서 10주년이 된 시기지만, 화가로서의 삶을 정의하기엔 아직 자신이 없군요!”
* 자세한 내용은 <VOGUE> 2010년 08월호에서 확인하세요.
에디터 신광호
포토그래퍼 LEE MYEUNG SU
스탭 작은차이 현실고
출처 www.vogue.com
VOGUE 2010년 08월호
e-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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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잘보고가요^^ 2010.08.13

cmj728
잘보고갑니다 2010.08.04

bora79
잘보고가요 2010.08.03

wack
다양한 삶을 배움을 꾸준히 이어가시는군요 멋지십니다 ! 2010.08.02

moon27
와..멋지네요 2010.07.31

avoir79
와 ..멋진 분이네요 ^^ 2010.07.30

yje731
이희재씨는 제가 처음으로 모델이란 직업이 이런거구나 하는 것을 알게해준 분 2010.07.29

distinct
멋져요~~~ 2010.07.29

alsngur
언니 간지 굳 2010.07.29

alkong72
멋져요. 201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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