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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의 종말
<VOGUE> 2010년 08월호
여름이 왔지만 공포 영화는 사라졌다. 할리우드, 일본, 한국의 호러 영화가 다 함께 바닥으로 가라앉은 지금, 과연 호러 영화에 미래는 있는 것일까? 정말 무서운 건 귀신이나 살인마가 아니라, 하품 나는 호러 영화와 텅 빈 극장이다.
올해 가장 훌륭한 호러영화를 볼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정답은 7월 15일 시작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다. 특히 타이 웨스트의 <하우스오브 데블>은 흥미롭다. 여대생 사만다는 교외의 음침한 저택에서 하룻밤 베이비시터를 하기로 한다. 그러나 돌봐야 할 아기는 처음부터 없었던데다, 그날은 마침 개기 월식이 열리는 날이며, 망토를 뒤집어쓴 낯선 이가 집 주위를 맴돈다. 갑자기 기시감이 느껴진다면, 맞다. 이 영화는 80년대 유행한 오컬트 영화와 슬래셔 호러를 복원했다. 배꼽까지 올라온 주인공의 데님 팬츠마저 80년대 스타일 그대로다. 하지만 단순한 골동품 복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젊고 의기 양양한 신인 감독은 21세기 호러영화가 잊어버린 장르의 미덕을 되살리기 위해 80년대 호러영화 스타일을 빌려왔을 따름이다.

이 저예산 영화가 올해 가장 훌륭한 호러영화라는 건 그만큼 볼 만한 게 없다는 뜻이기도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방 극장 주인집 아들을 매수해 <13일의 금요일> 시리즈를 보러 다닌 30년 호러광의 입장에서 단호히 말하건대, 호러영화의 크리에이티브가 지금처럼 바닥을 친 적은 없었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호러영화계를 휩쓴 트렌드는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호스텔>과 <쏘우> 시리즈가 막을 올린 극단적인 고문-슬래셔 장르. 다른 하나는 일본의 <링>과 <주온>이 시작한 아시아 귀신 호러 장르. 나머지 하나는 고전 호러 영화의 리메이크 열풍이다. 고문-슬래셔장르는 어차피 오래 갈 운명은 아니었다. 최근작인 <쏘우 6: 여섯 번의 기회>나 <미션>의 롤랑 조페가 만든 <4.4.4.>를 보고 있노라면 이걸 호러라고 해야 할지 인체 해부 다큐멘터리라고 해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다. 리메이크 열풍도 거의 끝에 다다랐다.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할로+윈> 같은 명작들을 제멋대로 난도질한 대가는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흥행성적과 고전 호러 팬들의 원성뿐이다. 일본 호러영화는 스스로를 복제하다 창의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어쩌자고 이 지경이 된 걸까? 간단하게 설명하긴 쉽지 않지만, 호러 장르가 저주 받은 하위 장르가 아니라 메이저 장르로 신분 상승한 순간부터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호러영화는 소규모 제작사들에 의해 장르를 즐기는 젊은 팬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스크림>시리즈가 성공을 거두자 메이저 제작사들이 돈 냄새를 맡고 저마다 호러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런 신분 상승이 장르에 좋은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 마이클 베이가 올해 리메이크한 <나이트메어>와 웨스 크레이븐의 오리지널을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마이클 베이의 <나이트메어>는 덜 잔인하고 덜 무섭다. 대신 더 빠르고 매끈하다. 하지만 우리가 호러 영화로부터 바라는 게 주류 영화다운 세련됨일까? 하위 문화적인 향취가 사라지는 순간, 호러 장르는 고유의 맛을 잃어버린다. 게다가 메이저 영화사들이 원하는 건 안전함이다. 그들은 호러 장르를 주류 문화권으로 끌어올린 뒤, 끝없이 비슷한 속편을 제조하거나 해외(특히 일본과 한국)의 호러영화와 고전을 리메이크하는 안전함을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장르의 창조력을 짓밟아버렸다.

일본 호러를 복제하며 성공한 한국 호러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최악의 영화는 작년에 나왔다. 윤재연 감독의 <요가학원>이다. 사실 이 영화의 전략은 명백했다. <장화, 홍련>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벽지 호러 영화’의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겠다는 욕심이었다. ‘벽지 호러 영화’란, 좋은 호러 영화를 만들 능력은 없지만 근사한 수입 벽지를 바른 세트 디자인으로 관객들을 좀 꼬셔보겠노라는 한국 고유의 특이 장르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런데 때를 잘못 만났다. 이미 관객들은 비슷비슷한 영화의 난립에 피곤할 대로 피곤한 상태였다. 한국 호러영화의 질적 저하는 이 장르가 신인 감독들의 손쉬운 입봉작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다. 호러는 감독의 기본적인 테크닉이 완전히 까발려지는 장르이며, 종종 감독의 개인적인 취향을 필수로 요한다. 그러나 제작자들은 호러영화를 저렴한 제작비로 재빨리 개봉해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여름 한정 돈벌이로만 받아들였다. 호러에 관심은 없지만 어쨌거나 입봉을 원하는 신인 감독들, 그들을 이용해 방학을 맞이한 중고생들의 푼돈을 긁어모으겠다는 제작자들, 그들이 동시에 한국 호러영화의 미래를 지하로 몰아넣었다. 관객은 바보가 아니다. 세상에 얄팍한 장사꾼이 만든 똑같은 상품을 매년 구입하는 소비자는 없다. 그 탓에 개봉작 수도 점점 줄어든다. 매년 5편 정도가 상영되던 과거에 반해 올해 개봉을 앞둔 한국 호러영화는 <고死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과 <폐가>뿐이다. 주요 투자 배급사들 역시 요즘은 호러영화에 투자하길 꺼린다. 대신 그들의 관심은 <추격자> 이후, 폭발하듯 터져 나온 스릴러 장르로 옮겨갔다. 충무로의 한 호러영화 PD는 말한다. “이 어려운 장르를 다들 너무 쉽게 생각했다. 특히 신인 감독들. 귀신 날고 반주 깔고 이펙트 넣어주면 된다고 생각한 거다.” 지금 후회해도 소용없다.

할리우드, 일본, 한국의 호러영화가 다 함께 바닥으로 가라앉은 지금, 과연 호러영화에 미래는 있는 것일까? 현 상황을 극복하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하우스 오브 데블>은 매력적인 대안 중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이 영화는 클라이막스가 오기 전까지 경박하게 살점을 뜯어내고 칼을 휘두르지 않는다. 느리고 조용하게 서스펜스를 쌓아나가며 관객의 호흡을 쥐락펴락한다. 그거 너무 구식 아니냐고? 맞다. 구식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에게 끼치는 장르적인 효과는 지난 10년간 개봉한 대부분의 호러영화들보다 훨씬 강력하다.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없다면 과거의 아카이브를 뒤져보라. 네온 컬러와 파워 숄더의 2000년대에 지친 패션 피플들이 90년대 미니멀리즘으로 되돌아가듯이, 미래는 종종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있는 법이다.

* 자세한 내용은 <VOGUE> 2010년 08월호에서 확인하세요.
에디터 김도훈(씨네21)
포토그래퍼 서송이
출처 www.vogue.com
VOGUE 201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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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naggo
역시!!!보면볼수록 흥미진진한 호러무비!!!!ㅎㅎㅎㅎ 2010.08.16

santiago
잘봤어여^^ 2010.08.10

cylf
잘보고가요 2010.08.01

cmj728
잘보고갑니다 2010.07.28

avoir79
호러도 보면 오싹하고 재밌죠 ^^ 2010.07.27

yje731
한국호러가 최고인데...우리나라 호러감독들이 우리의 색을 버리고 자꾸 일본을 따라하려고 하네요 2010.07.27

alkong72
보고가요. 2010.07.27

bora79
잘보고가요 2010.07.27

distinct
음..... 2010.07.27

dhrmvldk
잘 보고 갑니다. 감사~~ 201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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